Entry ___204



ENTRY ___204






나는 의미심장하게 자판기를 들여다보았다.
불이 켜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뭐야 이게? 하?
나는 기계 주변을 맴돌며 전력 케이블을 찾고, 그것이 향하는 쪽으로 따라갔다.
케이블은 어디에도 꽂혀 있지 않았다. 섬뜩하군.
기계로 다시 돌아와 구매 창을 눌렀다.
“스페셜 크런치 바를 구매할 금액이 부족합니다” 그것이 말했다.



나는 그냥 달려들어서 기계를 넘어뜨리고, 유리창을 깨부순 다음에 사탕을 죄다 먹어버릴까 생각했다.
이런 짓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죽었다는 것은 곧 내가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후우.
“구매하실 생각이 없다면 다른 고객 분들을 위해 상품 앞에서 비켜 주십시오.” 자판기의 기계적인 목소리가 짹짹댔다.
나는 기계를 걷어찼다.
“폭력이 감지되었습니다. 고소하겠습니다.” 자판기가 말했다.
“아, 그러셔? 하던 거 계속 해! 내 기분 잡쳐 놓는 거 말야.” 나는 구매 창을 후려쳤다.
“경찰을 부르고 있습니다. 현재 위치에 가만히 있어 주십시오.” 자판기가 말했다.
“경찰? 하하!” 나는 웃어댔다. “어디 잘 해 봐!”
“이리 오게나, 스닙스 군!” 캡틴이 뒤에서 소리쳤다. “지금 군것질로 배를 채웠다간 저녁 만찬을 실컷 즐기지 못하게 될 걸세!”
“그렇치이이만 캡티이이이인. 만약 우리한테 설탕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어쩌죠?” 파일럿이 징징댔다.
“잘 됐군! 우리에게는 비축품이 있다는 걸 생각해 보게!” 캡틴이 대시보드의 수납함을 치며 외쳤다.
나는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자판기를 돌아보았다. 그 빛은 순식간에 꺼져 버렸고, 안에 있던 것들은 입을 크게 벌린 어둠 사이로 사라졌다.
아래쪽 계곡에서 몰아치는 번개 폭풍의 매혹적인 광경을 감상한 뒤, 나는 “달-치즈의 악취”에 대해 토론하는 캡틴과 파일럿을 뒤로한 채 차로 돌아왔다.
캡틴의 자리를 흘끗 본 순간, 나는 조수석 앞쪽 수납함이 수상쩍게 툭 튀어나와 있다는 걸 알아챘다. 안에서는 작게 긁는 듯한 소리도 났다. 아마도 역겨운 설치류가 그걸 집으로 삼기로 한 게 아닐까 생각하며 찔러 보았다.
수납함에서 뜻밖의 혼란스런 색깔들이 터져 나왔다.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스키틀즈*였다.
무한한 밝은 색의 향연으로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 스키틀즈 무더기가 밑도 끝도 없이 쌓였다. 나는 사탕 한 조각을 집어 불신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박사님 짓입니까?” 트렁크 좌석에서 축 처진 채 흐물대고 있는 엔지에게 물었다. 엔지는 여전히 소리도 미동도 없었다.
“그랬을 리가 없지…” 나는 헛기침을 했다.
캡틴과 파일럿이 다가왔다. 나는 묻기 시작했다.
“그쪽이 여기다…”
캡틴이 자동차 문을 열자, 스키틀즈가 차 밖으로 뿜어져 나오며 부서진 잿빛 콘크리트의 틈새를 메웠다.
“…스키틀즈 넣었어요?” 나는 질문을 마쳤다.
바스락대는 소리와 함께 캡틴이 스키틀즈 무더기 위에 앉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납득할 수 없는 스키틀즈의 등장에 대한 취조를 계속하려던 참에 우리를 따라잡은 폭풍우가 비를 쏟아 부었다. 내가 들고 있던 사탕을 1초도 안 돼서 녹여버린 걸 보면 강산성이 틀림없었다. 좌석에 있던 스키틀즈 무더기는 화려한 무지갯빛 침전물이 되어 버렸다. 들이치는 비가 그것들을 씻어내 자동차의 바닥에 있는 녹슨 구멍으로 흘려보냈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에 없었던 것처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Skittles : 미국의 사탕. 한국의 ‘비틀즈’와 유사함.


Credits

Hugs and love to all our DELICIOUS PATRONS

Art Director:
Vitaly S Alexius

Illustrator:
Iidanmrak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