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y ___213
시공 교정자 제로.
일지 엔트리 _______213.
[ ~ TU DU DU ~ ]
ON 모드의 괘씸한 차임벨 소리가 편안하고 달콤한 공허의 수면에서 나를 끌어냈다.
코드 같은 것이 버릇없게 나를 찔러 깨우고 있었다.
연산 장치가 충분히 예열된 후, 나는 짜증나게 떠다니고 있는 글자들을 짜증나는 단어로 뭉쳤다.
G: [ 시스템 보고:
교정자 귀하.
시스템 파손의 가능성 한도가 1배율을 초과했습니다. 숙지하십시오. 1배율을 초과했습니다.
시공 붕괴가 임박했습니다. ]
[ 알아, 안다고. 알아들었어. 일어났다니까.
이번엔 또 뭐야?]
G: [ 안전부 관리자 DEX C. 해친슨 씨께서 급히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사유: 간 기능 상실 및 명백한 자발적 분해.]
언제 안전부 관리자가 된 거지? 그건 그렇고 뭐 하러 스스로를 분해하는 거야? 자기 몸속에 뭐가 있는지 정 알아야 했다면 그냥 취급 설명서를 다운받을 것이지.
G: [ 우리가 예상치 못한 ANNET 강제종료에 의한 추가적인 오류를 검사하기 위해 시스템을 스캔하고 있는 동안 C. 해친슨 씨께서 안전부 관리자가 되셨습니다. 강제종료는 우주의 멸망 위기에 가장 가까웠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우주가 완전히 접혀 들어가는 것은 중지되었고 섹터 15만이 상실되었습니다. ]
아, 그래, 맞아. 내가 앱을 종료하지 않기로 하면서 완전한 붕괴를 막았지. 예기치 못한 강제 종료 시퀀스는 썩 좋은 모닝콜이 아니었거든. 단 한 번만이라도 좀 긍정적인 소식과 함께 눈을 뜰 수는 없는 거야?
예를 들자면, “어이, 교정자 양반, 끝내주는 서비스 감사. 시스템은 겁나게 잘 돌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임.” 같은 거.
G-워크보드에 깔쌈한 리뷰 하나 써 주는 게 그렇게 어려워? 하다못해 이메일에다 “고마워요” 딱 한 마디만 써 주더라도 환영할 텐데 말야.
거기다, 관리자 명령에 대드는 것도 돌아버릴 지경이야. 그치만 이 행성이 계속 돌아가게 하려면 그것도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인 거겠지. 아니면 시간 변위 프로토콜에 따라 행성이 아주 멈춰버리게 하든가. 멍청한 유저들.
>내 사무실 창문으로 영원히 끝나지 않는 낭만적인 일몰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대나여 [▷⊙◁ SOURCE LINK] 같은 건 놀라 뒤집어질 만큼 흔해빠지고 멍청한데다가 행성을 거의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던 요구 사항이었어.
...사람들이 우주를 망가뜨리려고 하는 거 딱 질색이지 않아?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전위 에러들을 뫼비우스의 띠 모양으로 꼬아 놓는 거였다고.
G: [ 그렇죠. 관리자 명령 불복종이 기분 나쁘긴 합니다. ]
그래도 블랙홀에 영겁의 시간 동안 처박히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알잖아, 나 블랙홀 싫어하는 거. 그거 진짜 엿 같다니까.
G: [ 주목: DEX C. 해친슨의 자발적 분해는 현재: _지면과의 충돌로 인하여 발생 중입니다. ]
험프티 덤프티는 담벼락에서 뛰어내리면 안 된다는 걸 좀 배워먹어야 해.
G: [ 유저들에 대한 배려가 감동적이군요. ]
G, 굳이 알려주자면, 난 유저들 생각 안 해. 그냥 그 인간들 성질머리를 참아주고.. 걔들의 무능함 때문에 우주가 박살나면 고쳐 놓는 거지. 이번 주기에 내가 깨어나야 했던 것만 29번째야. 그 멍청이 넷이서 대체 얼마나 많은 에러를 만들고 다니는 거야? 처음에는 그들이 시스템 충돌을 일으키고 있으니까 죽이라고 하더니만 지금은 뭐 꼭 살려야 한다고? 얼마나 귀찮은지 알기나 해?
G: [ 당신의 관대함에 마음이 참 따뜻해지네요. ]
애초에 있지도 않은 마음은 무슨. 넌 쿼크 입자 안에 틀어박힌 코드잖아... 내 심장은 아예 나노 기기들로 만들어져 있고.
우리가 참 좋아하는 스캔불가자 유저는 잘 있대?
G: [ 스캔불가자 대상은 현재... 살아있습니다.
거미줄에 떨어졌어요. ]
지난번에는 반생반사라고 하지 않았어?
근데 이제 와서는 살아있다고?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누가 그런 짓을 해?
여하튼 그건 됐어, 거기 있는 거미 인간이랑 친구나 하면 되겠네. 친절한 놈들이거든. 하늘의 신한테 걔를 바친다거나 하지도 않을 테고. 이런, 내가 뭔 소리를 하는 거람. 당연히 바치고도 남지.
G: [ 대상은 일시적으로 유니폼 매개 변수와 바이러스성 서브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을 취득했었습니다.
섹터 9 오버마인드가 그 앱을 손상시켰고요. ]
...우리한테는 득이야 독이야?
G: [ 불확실합니다. 스캔불가자 대상은 곤란한 시공간 루프 문제를 일으킵니다.
조만간 알아서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
간섭은 상책이 아니거든요. 루프를 깨는 건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입니다. ]
난 놔두면 혼자서 해결되는 문제들이 참 좋더라.
말도 안 되는 결과들은 싫지만 말야. 캡틴이 그런 ‘결과’들 중 하나지.
영원히 그딴 터무니없는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게 어떤 일인지 알아, G? 알긴 할까? 당연히 모르겠지, 우주가 붕괴할 때마다 다시 고쳐놓는 건 네 과제가 아니니까.
G: [ 저는 행성을 검토 평가하는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만... ]
오, 그 입 다무시지. 네가 하는 거라고는 코드를 처리하고 가끔가다 남들을 떠미는 게 전부잖아. 예를 들자면, 다 망가진 DEX를 충동질해서 우리 안전부 관리직에다 앉혀놓는다든가. 그는 주택 개발 사업 차원에서 장애 연금이랑 실업 수당을 받았어야 해, 안전부 장관이 될 게 아니라!
진지하게 묻는 건데, 왜 그런 거야? 돌았어? 세상에 어떤 자식이 손상된 DEX를 갖다 조직 책임자로 만들어 놔? G-워크보드에다 광고 올려서 뽑은 거지? 면접이라도 해 봤어?
G: [ 다른 후보자들은 전부 죽어버렸거든요. ]
좋아, 이 작자도 이제 죽게 생겼네. 안전부 장관으로서 한 첫 번째 행동이 자기한테 불붙이고 하늘에서 추락하는 거라니.
아주 보람 있어, G. 엄청 인상적이야.
끝내주게 짤막하고 화려한 출셋길이구만.
뭐가 됐든 죽음은 변명거리가 못 돼. 봐, 이미 죽은 관리자가 수두룩한데 아무도 신경 안 쓰잖아. 관료 체제라는 건 구성원이 전부 다 죽어버렸을 때 훨씬 효율적인 법이라고.
다음 결정은 뭐지, G? 스캔불가자를 인사부 관리직으로 임명해 버릴까? 대체 누구를 관리하지? 자기 자신?
내가 우주를 교정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보고서를 정리해야 하는지 알아?
G: [ 압니다. 그 보고서들은 내가 처리하니까. ]
...
나는 한숨을 쉬며 G-코드를 응시했다. 코드는 왠지 나에게 화가 난 것 같아 보였다. 꼭 감정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것도 참 우스운 일이지.
내가 뭐 하러 꾸며진 회계사랑 말을 섞고 있는 거야?
더 멀리 나가서 이것보단 나은 친구를 찾아야 할 텐데.
나는 현재 주어진 선택지들을 검토했다. 이 행성에 있는 거라고는 만료된 소프트웨어 쪼가리 아니면 멍청이, 또는 존재할 이유도 없는 오류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죽은 것들뿐이다.
구름 사이로 떨어지는 동안, 나는 기분을 좀 나아지게 할 심산으로 의미 없는 날개들을 잔뜩 만들어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크리스토퍼러스는 머나먼 저 아래 어딘가에서 생체 기능이 고장 난 채로 꺼져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언제나 쉽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자유와 사치 속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태어났고, 그런 날갯짓이 끝에 가서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이 될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우주는 결국 끝장날 것이다. 분자들은 진동을 멈출 것이다. 엔트로피가 별들을 집어삼킬 테고 초질량의 블랙홀 하나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블랙홀은 스스로 붕괴하며 순환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Credits
Hugs and love to all our DELICIOUS PATRONS
Art Director:
Vitaly S Alexius
Assisting Illustrator:
Detkef
Credits
Hugs and love to all our DELICIOUS PATRONS
Art Director:
Vitaly S Alexius
Assisting Illustrator:
Detkef
for journal brainstorming

오늘도 좋은 번역 감사합니다! 와! 드디어 머그와 파일럿의 데이트가 시작됐어요. 다음 번역도 기대할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답글삭제얼마 전에 알고 정주행 했습니다. 현지의 문화적인 내용까지 번역해 주셔서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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