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찰스가 마땅히 정의내리지 못한 친구를 만든 순간

 

운수 좋은 날일세!”
검은 트렌치 코트를 입은 자가 말했다.

나는 대체 뭔 질문을 먼저 해야 할지 궁리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G사에서 만든 데드 존 투어 가이드 감정반응 고글이 한쪽 렌즈를 들어올리며 내 표정을 반영했다. 이 세상의 다른 전자기기들이 망가진 이후에도 이 눈 깜빡임 발전형” G-고글이 가장 오래 작동할 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뭐라 부르면 됩니까?”
고민 끝에 나는 질문했다.

우둔하긴! 말했잖나! 나는 지 캡틴이라고!


 

"그래도 자네 취향에 따라 부를 수 있는 다른 별칭들도 있다네: 전하, 호수의 여인, 폐하, 각하, --전능하신 분, 주군그 중에서도 지 캡틴이 가장 적당한 이름이지!”

나는 이 자칭 군주라던가 여인이라던가 하는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지 캡틴은 이 만들어낸 작위들에 꽤나 진심인 듯 보였다.


방사능 한 접시 더 드시고 싶으신 분? 어쨌건 별로 중요치는 않다고 생각되었다. 군주? 주권자? 아가씨? 캡틴? 그러라지.


"
세상이 망해가고 있는데, 같이 있는 사람한테 깐깐하게 굴 필요는 없겠지,"
나는 생각했다. , 조금 맛은 갔어도 누굴 해치진 않을 거 아냐?”

지칠대로 지친 정신이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캡틴의 성별조차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저 두텁고 긴 코트와 검은 천 위에서 얼굴 전면을 뒤덮는 방독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 뇌에 문제가 생긴 걸지도 모르겠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내 사고과정이 흐름을 놓치고선 그저 캡틴에 안착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를 뇌암 가능성/방사성 중독/극도의 피로라 단정짓고는 넘어가기로 했다.

저는 찰스 스니피입니다,”
나는 그에게 스스로를 소개했다.


캡틴은 내 손을 가볍게 잡고는 과한 힘을 줘서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악수는 딱딱하기도, 부드럽기도 했다. 마치 강인한 남성과 연약한 여성이 공존하는 듯 했다. 이는 그의 성별을 헤아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고, 나를 더 혼란스럽고 짜증나게 만들 뿐이었다.

내 새로운 수수께끼에 싸인 동료는 이 황무지에서의 다른 인간들이 그러하듯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여기서는 방독면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한 때 내가 맡았던 관광객들 중 한 명이 신선한 공기를 맡기 위해 방독면을 잠시 벗었다가 그의 코와 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대체 왜 사람들이 “G사 공식 인증 방독면을 항상 끼고 다니세요, 안 그러면 얼굴이 녹아 내릴 겁니다라는 내 훌륭한 발언을 무시하는지를 모르겠다. 우리는 그 후 그 사람의 코를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체 누가 가져간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데드존에서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수도 없이 발생하지만, 그에 대해서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러한 일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소화불량, 공황장애, 불면증만 얻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여하튼캡틴이 끼고 있던 마스크는 꽤나 특이했다.

마치 가운데 굽이진 부분으로 빛을 모아 영원히 웃음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검은 방독면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며, 캡틴은 발레라도 추는 듯 잠시 빙글댔다.
"
스니피라, ?


"
스닙스, 스냅스, 스눕스, 스니이프, 스니-파이, 스내퍼, 슈뉘핑, 슈뉘펠, 스누퍼, 스네이페, 스니페!”

캡틴은 내 이름의 여러 변형들을 읊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히 서서는 이 끝없는 읊조림을 들으며 대체 얼마나 많은 내 성씨의 변형이 가능할 지 궁금해했다. 새로운 변형마다, 캡틴의 목소리도 남성적인 음색에서 여성적인 음색으로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치 방독면에 오래되고 고장난 음성 변조기가 내장된 것만 같았다.

내 침묵을 알아챘는지, 캡틴은 돌연히 나를 꽉 껴안고는 발언했다:


"걱정 말지어다!


캡타니아는 자네 같은 궁핍한 이들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해주니까!

자네는 불운한 상황 때문에 새로 출범한 내 스나이핑부에 완벽한 인재로구만, 그렇게 이름도 어울리고 하니 자네를 이 부서로 데려온 게 숙명이 아니고서야 뭐겠는가?”

"불운한 상황? 부서? 숙명?" 나는 중얼댔다.

캡틴의 말은 내 기분을 좀 상하게 했다. 솔직히, 내 외투의 지퍼가 고장나긴 했다. 확실히, 내 방독면에 기스가 나긴 했다. 그래도 궁핍하지는 않은데 말이다! 자격 있는 투어 가이드로서의 자존심도 있었고, 지난 주 구두를 닦아놓기도 했는데 말이다아마.

나는 캡틴을 쳐다보곤 그의 흠 잡을 점을 찾는데 집중했다. 분명 여럿 있을 것이 뻔했다.

그의 외투는 마치 여성들이 걸치는 가을용 길고 두터운 청색 코트 같았지만, 무엇인가검은 것으로 뒤덮여 있었다. 모자의 반짝이는 별은 진짜같지도 않았고, 은박지 여러 겹을 잘라내 조잡하게 붙인 것만 같았다. 궁핍한 이를 뽑는 대회가 있고, 수상 기준이 더 괴상하고 난잡한 옷을 입은 사람이라면, 분명 우리 둘 중에서는 캡틴이 1등이었다!

물론 나는 지칠듯이 지쳤지만, 분명 스나이핑부는 실존하지 않는 것일게 뻔했다. 우리는 데드존 심부에서 유레카의 눈이 뒤덮인 폐허를 바라보며 있었다어디 사무실 같은 곳이 아니라.

나는 또한 운명이나 행운 따위를 믿지 않는다. 그러한 것들은 MAGS 자판기에서 복권을 1파운드 단위로 사서는 복권보다 값싼 크런치바나 뽑고 좋아하는 관광객 같은 머저리들이나 믿는 것일게 뻔하니까.

"하늘에서 피아노가 두 번 떨어질 일은 없다네! 그럴 수도 있고...?"
캡틴은 마치 뭔가 특별한 일이라도 일어나길 기대하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캡틴을 한 번 쳐다보고는 마찬가지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검고 짙은 눈폭풍 속에서는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데드존에서는 피아노가 가장 위험한 현상도 아니었고 말이다.


우리는 한 자리에 서서는 조용히 하늘을 쳐다보기만 했다. 한 수 분은 된 것 같았다.

"이제 움직이죠?"
나는 약간의 어색함을 느끼며 물어봤다.

"쉬잇..."

캡틴은 나를 조용히 시켰다.
"피아노가 언제 다시 떨어질 지는 모르잖나!"

이 괴짜 양반이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왔을 때, 캡틴의 먼지투성이 모자가 희망과 여러 겹의 검은 절연 테이프로 묶여있음을 보았고, 일부는 진눈깨비의 습기 때문에 조금씩 벗겨지고 있음을 눈치챘다. 거 봐, 내가 가장 궁핍한 건 아니라니까! 나는 순간적으로 궁핍함과는 정 반대인 우월감에 젖었다.

"끊임없는 사주경계야말로 재난 상황을 피하는 열쇠일세, 스니피!"

"그럼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저리기 시작한 다리를 움직였다.

"이제 출발해야 하네!" 캡틴이 갑자기 말했다.

"저 구름의 불경한 시선을 허락할 순 없어!"


"
?" 나는 캡틴의 이성이 순식간에 내려앉은 건지 걱정에 휩싸이며 조용히 말했다.

"그렇고말고!"

캡틴은 단호한 끄덕임과 함께 확신했다.

"영광스런 캡타니아의 지겨운 숙적들이 우리에게 비겁한 함정을 놓은 건 안타깝지만..."

방독면 전면의 보랏빛 렌즈가 내 영혼을 직시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잠시동안 캡틴의 수 겹의 유리로 이루어진 렌즈 속 어두운 심연에 길을 잃을 뻔 했다. 저거쌍안경인가? 그러면 확대 기능 같은것도 있을텐데...


"...
그 조차 우리의 질투나는 경이롭고 요동치는 관계를 막을 순 없을지어니!"

관계?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전에 그 누구도 나와의 관계를 이렇게 큰 목소리로 공표한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그렇다.

분명 만난 지는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게 중요한가. 나는 지친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인지 능력은 캡틴이 말한 적들을 찾아내는데 실패했다. 아마 캡타니아의 적이란 건 상상 속의 존재이지 않을까. 캡틴의 전반적인 맛 간 상태를 본다면 확실했다. 캡틴의 기묘한 억양이 프랑스어인지, 독일어인지 알아내려고도 노력했다. 아마 둘 다이거나, 둘 다 아닐지도 모르겠다.

", 그렇지만 이 험난한 곤경을 빠져나갈 해결책은 있다네!"

캡틴은 그리 말하면서 검은 트렌치코트의 주머니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온 건흰 쌀 같은데.

쌀을 보자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

캡틴이 쌀을 결혼식 피로연이라도 되는 것마냥 위로 던지자 감탄사를 내뱉었다.


캡틴은 그러고는 다시 쌀을 한 웅큼 우리 앞으로 던졌다.

"전진!

쌀의 궤적을 좇아야 한다네, 스니피 군! 다만 사뿐사뿐 밟게나! 아주 가볍게!"

캡틴은 소리치고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대체 무슨 일에 휘말린거지...?” 나는 쌀을 주워 주머니를 채우고자 하는 욕구를 간신히 억누르고는 고민했다.


 

Extra art in this chapter was made by: AnuPatten

Writing help by: Izzi

댓글

  1. 혹시나 해 들러봤는데 새 게시물이 있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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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랜만에 지 캡틴 주제곡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서 블로그를 다시 찿아왔는데 번역을 다시하고 게시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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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랜만에 왔는데 이렇게 번역을 다시 하고 계시다니 너무 감격이고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진심으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좋은 일들이 함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항상 챙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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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 만화 늦게 알게됐는데 이런 고퀄번역이 있다니 너무 좋아요ㅠㅠㅠ 재밌게 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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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걸 더 많은 사람이 알게되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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